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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그물 한말글 모임
[토박이말 되새김]들겨울달 네이레(11월 4주) 어제 아침 조금 흐린 하늘과 빛바랜 고까잎을 서너 낱(개) 달고 있는 나무를 보니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날씨 탓인지 아이들도 여느 날보다 더 몸을 움츠리고 가는 것 같았습니다. 배곳 뒤 건널목에 세워 둔 수레 때문에 아이들이 길을 건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기별할 곳도 적어 놓지 않아서 뾰족한 수가 없었지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수레 임자는 귀가 많이 간지러웠을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많이 풀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아 주려고 여러 가지로 애를 쓰긴 하는데 얼마나 먹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뭔가 답답할 때 찾아와 이야기를 하..
[토박이말 맛보기]엇박이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엇박이[뜻]한군데에 붙박이로 있지 못하고 갈아들거나 이리저리 움직이는 상태. 그런 일이나 몬(물건)[보기월]엇박이 아이들이 많은 뜸(반)은 아무래도 마음이 더 쓰이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이 배곳 밖에서 안에서 하던대로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알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냥 장난으로 재미로 했다고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어려움을 주는지 생각하지 않고 움직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셋으로 알았는데 뒤에 보니 여덟 아이가 얽힌 일이었습니다. 자잘못을 따지면 조금 더하고 덜한 것은 있겠지만 그곳에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같이 풀쳐(용서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러 갔습니다. 아이들 잘못을 너그럽게 헤아려 주셔서 일이 더 커지지 ..
[토박이말 맛보기]스산하다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스산하다[뜻]2)날씨가 흐리고 으스스하다[보기월]스산한 날씨 때문에 몸은 움츠러들지만 기분은 참 좋은 아침입니다. 그제 온고을 전주에 있는 좋은 달력을 만드는 한국카렌다사와 울력다짐을 하고 왔습니다. 염시열 슬기빛(고문) 님과 한경순 모람 님께서 계신 곳이라 늘 생각만해도 포근한 곳인데 그곳에서 좋은 일까지 있으니 얼른 달려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스산한 날씨 때문인지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마흔 해 넘게 달력만 만드신 시아버지 일을 이어받아 하신다는 이경아 님을 만나 울력다짐 종이에 이름을 써 맞바꾸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배곳에서 좋은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열어야 하고 그 길을 내는 데 조금이..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24 *다친 자리=상처, 돌림병=전염병, 병에 이기는 물질=항체, 막다=예방하다, 타다=연소하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은 4283해(1950년) 만든 ‘과학공부 4-2’의 28, 2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먼저 28쪽 첫째 줄에 앞서 본 적이 있는 ‘염통’이 보이고, 셋째 줄에 ‘피’도 보입니다. 일곱째 줄에 ‘다친 자리’가 나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상처’라고 하고 또 배움책에도 그렇게 쓰는데 오늘날과는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열째 줄에는 ‘돌림병’이 보입니다. 요즘은 ‘전염병’이라고 하기 때문에 낯선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전염’이라는 말보다 여러 사람이 잇따라 돌아가며 옳아 앓는다는 뜻을 ..
[토박이말 맛보기]엇먹다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엇먹다[뜻]1)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짓으로 비꼬다[보기월]서로 만나기만 하면 엇먹는 아이들이 어찌 사이가 좋을 수가 있겠습니까? 지난 이레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엄청 바빴습니다. 두 가지 큰 일은 끝냈지만 끝내고 보니 또 다른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바쁜 것을 아는지 아이들도 자꾸 제가 도울 일을 만들었습니다. 작은 다툼도 잘 풀리지 않으면 싸우지 말고 저한테 말을 해 달라고 했더니 그런 일이 더 잦습니다. 늘 같이 붙어 다니는 걸 보면 아주 사이가 좋은 것 같은 아이들인데 어쩐지 자주 다투더라구요. 그런데 둘이 하는 걸 보니 왜 그런지 알게 더군요. 서로 만나기만 하면 엇먹는 아이들이 어찌 사이가 좋을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