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보름 겨 쓿다 모자라다 치다 젖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51쪽부터 52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51쪽 첫째 줄에 ‘보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이라면 ‘2 주 정도’라는 말을 썼지 싶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보름’은 ‘열닷새 동안’을 가리키는 토박이말로 2주인 14일과 거의 비슷한 날입니다. 이레, 보름, 한 달과 같이 예부터 우리가 날을 셀 때 써 온 토박이말을 배움책에서 쓴다면 아이들도 잘 알고 쓸 거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살펴보아라.’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도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관찰해 보아라.’라고 하지 않고 쉬운 말로 풀이를 해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발생하다’, ‘관찰하다’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알려 주고 있습니다.

 

넷째 줄에 ‘겨’가 나옵니다. ‘겨’는 흔히 ‘벼 따위의 낟알을 찧어 벗겨 낸 껍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보기가 쉽지 않다 보니 ‘겨’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참일입니다. ‘겨’ 가운데 ‘겉겨’는 겉껍질을 가리키고 흔히 ‘왕겨’라고 하는 것이며 ‘속겨’는 ‘겉겨가 벗겨진 뒤에 나온 고운 겨’를 가리키며 ‘몽근겨’라고도 한답니다.

 

다섯째 줄에 ‘백미는 현미를 쓿어서’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서 ‘쓿다’는 ‘사람이 거친 쌀 따위를 찧어서 껍질을 벗기고 깨끗하게 하다’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입니다. 그러니까 ‘현미’는 ‘거친쌀’이고 ‘백미’는 ‘흰쌀’이니 ‘거친쌀’을 쓿어서 ‘흰쌀’을 만든다고 하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현미’는 ‘거친쌀’, ‘백미’는 ‘흰쌀’이라고 하면 더 좋겠습니다.

 

51쪽 그림 아래 ‘비따민이 모자라게 된 닭’이 나오는데 여기서 ‘모자라게 된’은 요즘 다른 곳에서 많이 쓰는 ‘결핍된’ 또는 ‘부족하게 된’을 쉽게 풀어 준 말입니다. 열넷째 줄부터 열다섯째 줄에 걸쳐 ‘비따민이 든 음식물을 못 먹음으로 해서 걸린다’도 ‘비타민이 든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서 걸린다’를 쉽게 풀어 주었다고 봅니다.

 

이어서 나오는 “닭, 돼지, 소 들을 칠 때에 먹이에 겨를 섞어서 먹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는 모두 토박이말로 된 월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사육하다’를 갈음해 쓸 수 있는 토박이말 ‘치다’도 나오고 ‘혼합하다’를 갈음한 ‘섞다’까지 나와서 더 반가웠습니다.

 

52쪽 둘째 줄에 ‘젖’이 나오는데 요즘 많이 쓰는 ‘우유’를 쓰지 않아서 낯선 분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유’는 ‘소젖’을 가리키는 말이고 ‘젖’은 ‘소젖’뿐만 아니라 말젖, 양젖과 같은 모든 젖을 싸잡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에 이 말이 더 알맞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줄에 있는 ‘달걀’도 요즘 많이 쓰는 ‘계란’을 쓰지 않아 좋았고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걸쳐 나온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어서’도 쉬운 말을 써 주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열째 줄에 있는 ‘얻을 수 없다’와 그림 아래에 있는 ‘많이 얻을 수 있다’도 ‘섭취할 수 없다’, ‘섭취할 수 있다’를 쉽게 풀어 준 것 같아서 고마웠습니다.

 

앞서 교육과정을 바꾸려고 한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교육과정을 바꿀 때 토박이말을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성취기준을 마련하고 될 수 있는 대로 쉬운 토박이말을 쓴 배움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목소리를 많은 분들께서 함께 내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354해 온여름달 하루 두날(2021년 6월 1일 화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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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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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이: 토박이말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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