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살리기]'죽음'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한 달 앞쯤 집 앞에서 동무와 놀던 젊은이가 갑자기 목숨을 잃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아서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하는 어버이를 생각하면 더 안타까운 요즘입니다. 이런 때에 죽음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아보면서 살아 있음이 얼마나 값지고 고마운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가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우리가 ‘죽고 사는 것’을 한자말로 ‘생사(生死)’라고 한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생사’를 토박이말로는 무엇이라고 하는지 아는지 물으면 어떤 말씀들을 하실까요? 둘레 분들에게 물었더니 ‘삶과 죽음’이라고 하거나 ‘죽고 사는 것’이라고 풀어 주는 분들이 많긴 했습니다. 하지만 ‘생사’를 많이 쓰다 보니 다른 말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죽고 사는 것’ ‘죽음’과 ‘삶’을 아울러 이르는 토박이말로 ‘죽살이’가 있습니다. 이 말은 ‘죽+살+이’의 짜임으로 ‘죽다’의 줄기 ‘죽’과 ‘살다’의 줄기 ‘살’을 더한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과 삶이라는 뜻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 좋습니다. 요즘 아이들한테 ‘생사’를 영어로 뭐라고 그러지 물으면 ‘life and death’라고 바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 말과 뜻이 같은 토박이말은 모른 체 사는 거죠. 그걸 어떻게 아이들 탓을 하겠습니까?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배울 기회도 없게 만든 건 어른들이니 말입니다.

 

쉽기도 하지만 낱말 짜임도 한자말, 영어와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한자말과 영어는 ‘삶’이 앞에 있고 ‘죽음’이 뒤에 있는데 우리 토박이말은 ‘죽음’이 앞에 있고 ‘삶’이 뒤에 옵니다. 어떤 깊은 뜻이 있는지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얼른 봐도 이 말을 만드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이 깃들어 있음은 알 수 있습니다. 말의 짜임만 놓고 봐도 죽음을 먼저 생각하고 나서 살 것을 생각한 것만은 틀림이 없으니 말입니다. 죽음과 삶, 삶과 죽음 어느 것을 앞에 두는가 하는 서로 다른 생각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토박이말 속에 우리 겨레의 정신인 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하루라도 더 빨리, 하나라도 더 많이 배우고 익혀 쓰는 것이 맞습니다.

 

‘죽다’는 뜻을 나타내는 다른 말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할 것이 더 많답니다. 먼저 ‘돌아가다’는 말을 생각해 보면 죽어서 우리가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뜻인데 그곳이 어디인지는 잘 아실 것입니다. ‘숨지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꽃이 지고 해가 지듯이 숨이 졌다는 것은 숨이 다했다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숨을 쉬어야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숨이 져서 다했으니 죽다는 뜻이 됩니다. ‘숨을 받은 것’이라는 뜻을 가진 ‘숨탄것’이 여러 가지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란 것을 아시면 더 고개가 끄덕여지실 것입니다.

 

‘죽음’과 아랑곳한 말을 알려 드려서 읽으시는 동안 마음이 많이 무거우셨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말을 살펴보시면서 ‘죽음’을 또 다른 쪽에서 바라보시고 살아서 보내는 하루, 하루의 값어치를 되새기는 자리가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354해 들여름달 스무이레 낫날(2021년 5월 27일 목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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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남일보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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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이: 토박이말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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