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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바라기

[책에서 길을 찾다]4-뒤잇다

토박이말바라기 2021. 10. 7. 12:55

[책에서 길을 찾다]4-뒤잇다

오늘 되새겨 볼 글도 지난 글에 이어서 이극로 님의 '고투사십년' 안에 있는 유열 님의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에 있는 것입니다. 월에서 제 눈에 띄는 말을 가지고 생각해  본 것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 말년에 을사 조약이 맺어지고, 뒤이어 경술 합병이 되자, 스승은 손에 들었던 호미 자루를 던지고 어린 두 주먹을 차돌처럼 불끈 쥐고 멀리 멀리 하늘 저쪽을 노려보며 구슬같은 눈물 방울이 발 등을 적시었다.
그 때부터 그 손에는, 그 가슴에는, 이 겨레의 목숨이 이 民族의 역사가, 이 나라의 希望이 가득 차지하였었다. 그리하여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고 고향을 등진 스승은 산길 물길을 두려워 하지 않고 한번 품은 큰 뜻은 더욱 굳어가고 커갈 뿐이었다. [이극로(2014), 고투사십년, 227쪽.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_유열]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뒤이어'입니다. 이 말은 '뒤잇다'가 본디꼴이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일과 일이 끊어지지 않고 곧바로 이어지다. 또는 그것을 그렇게 이어지도록 하다.'는 뜻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번갯불에 뒤이어 우르르 쾅쾅 하는 우렛 소리가 들렸다,"는 보기월을 보니 그 뜻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큰아들이 아버지의 가업을 뒤이었다."는 월을 보고 '계승하다'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나오는  '스승은 손에 들었던 호미 자루를 던지고 어린 두 주먹을 차돌처럼 불끈 쥐고 멀리 멀리 하늘 저쪽을 노려보며 구슬같은 눈물 방울이 발등을 적시었다."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호미 자루를 던지고', '주먹을 차돌처럼 불끈 쥐고', '구슬같은 눈물 방울'과 같이 빗대어 나타낸 것이 좋고 남다르게 보였습니다. 다만 '구슬같은 눈물 방울이 발등을 적시었다.'는 '구슬같은 눈물 방울로 발등을 적시었다.'라고 하는 것이 더 좋겠다 싶었습니다. 

 

다음에 있는 "그때부터 그 손에는, 그 가슴에는, 이 겨레의 목숨이 이 민족의 역사가, 이 나라의 희망이 가득 차지하였었다."도 '민족', '역사, '희망'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된 월입니다. 마지막 월인 "그리하여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고 고향을 등진 스승은 산길 물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 번 품은 큰 뜻은 더욱 굳어가고 커갈 뿐이었다."도 '고향', '산', '번'을 빼고는 다 토박이말로 되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손에는 , 그 가슴에는 00이, 00가, 가득 차지하였다'와 같이 나타내는 것과 '멧길, 물길, 가시밭길을 두려워하지 않고'와 같이 나타내는 것이랑 '마음/믿음/생각/뜻은 더욱 굳어가고 커갈 뿐이었다.'와 같이 나타내는 것도 배워 쓸 만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쉬운 말을 골라 쓰면서도 남다르게 나타내는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지는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더욱 많이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열달 엿새 낫날(2021년 10월 6일 목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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