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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그물 한말글 모임
[토박이말 되새김]한밝달(1월) 닷 이레 그제 낮밥을 먹으러 가면서 올겨울에는 눈 구경도 못 하고 넘어가는 것 아닌가 하며 투덜거렸는데 어제 눈 구경을 했습니다. 진눈깨비라서 쌓이지는 않았지만 저는 위에 있는 고장에 갈 일이 있어 가는 길에 펑펑 내리는 함박눈도 보고 소복하게 쌓인 숫눈도 봤습니다. 쉼터에 들러서 찍그림도 찍고 참으로 오랜만에 손으로 눈을 뭉쳐 던져 보기도 했습니다. 눈싸움을 하며 놀기에 알맞게 쌓인 걸 보니 배곳(학교)에 있는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겨울이 와도 눈 구경을 하기 쉽지 않은 곳에 살다보니 눈사람 만들기나 눈싸움을 해 볼 수가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해가 바뀌는 날 해돋이를 보고 새해 다짐 이야기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배해끝(학년말) 마무리와 새배..
[토박이말 맛보기]이르집다/(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이르집다[뜻]2)옛날 일을 들추어내다[보기월]하지만 지난 일을 이르집어 좋을 게 없다 싶어 입을 다물었습니다. 요즘 날씨가 포근해서 지내기는 참 좋습니다. 자잘먼지(미세먼지) 때문에 바깥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은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나가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걱정되는 어버이도 많을 것입니다. 겨울말미 내내 조용했던 마당이 아이들로 북적이고 떠들썩한 걸 보니 배곳(학교)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많은 아이들이 다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배움을 여는 날 환한 얼굴로 와 준 아이들이 반갑고 또 고마웠습니다. 하루 일을 챙겨 알려 드린 다음 토박이말 맛보기 글을 올리고 나니 거의 한겻이 지..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9- 바늘 세모본 곧은금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1해(1948년) 만든 ‘셈본 3-1’의 6쪽과 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6쪽 아홉째 줄에 ‘바늘’이 나옵니다. 그리고 열두째 줄에 ‘긴 바늘’과 ‘짧은 바늘’이 있습니다. 때알이(시계)를 배울 때 ‘시침’, ‘분침’으로 배운 사람들은 오히려 이 말이 낯설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 배우는 아이들 쪽에서 보면 ‘침’보다는 ‘바늘’이 ‘시침’보다는 ‘긴 바늘’이 ‘분침’보다는 ‘짧은 바늘’이 훨씬 쉬울 것입니다. 옛날에는 보다시피 때알이틀(시계모형)이 없어서 그림을 그려가며 가르치고 배웠는데 요즘에는 좀 더 쉽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옛날 배움책에서 하..
[토박이말 맛보기]이러구러/(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이러구러[뜻]이럭저럭 때새(시간)가 지나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보기월]이러구러 ‘말모이’를 보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제 ‘이내’라는 토박이말을 맛보신 한 분께서 둘레에 ‘이내’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있다는 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그 뜻을 알고 난 뒤에 더 예쁜 이름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제 글을 보고 더 반가우셨던가 봅니다. 다는 아니더라도 가끔 가뭄에 콩 나듯 토박이말이 예쁘다거나 곱다는 말을 들으면 기쁘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슬픈 마음에 가슴이 쓰리기도 합니다. 왜 저는 가끔 기쁨과 고마운 마음 끝에 슬픔을 느끼는 것일까요?빛그림(영화) ‘말모이’를 보고 난 뒤 느낌 또는 생각..
[토박이말 맛보기]이내/(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이내[뜻]해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보기월]얼마 앞까지도 이내가 앉기 앞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 앞낮(오전)에 반가운 기별을 받았습니다. 부산 동인고등학교 김호룡 선생님께서 ‘토박이말 달력’과 ‘바른 삶 길잡이 책’이 보고 싶다고 하시며 기별을 주신 것이었습니다. 푸른누리 최한실 선생님도 잘 알고 있으며 우리문화신문에 싣는 글을 봤다고 하셨지요. 저마다 서로 다른 곳에 살지만 비슷한 일에 마음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제가 가지고 있거나 나누어 드릴 수 있는 것들을 챙겨 보내드리기로 했고 다음에 좋은 날을 잡아 뵙기로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