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살리기]1-97 머드러기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머드러기'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가지 뜻이 있는 것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이라는 뜻이 있다고 풀이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수북한 사과 더미 속에서 머드러기만 골라 샀다.

 

둘째 '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기철이란.... 모두 잘난 체하는 기씨네 중에도 그중 잘난 체하는 머드러기 인물이다.(박종화, 다정불심)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많이 있는 과실이나 생선 가운데 아주 굵거나 큰 것'이라는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아주머니, 그렇게 머드러기만 골라 가시면 어떡합니까?

 

두 가지 풀이를 보니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기 보다는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머드러기: 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몬(물건)이나 사람을 나타내는 말 

 

뜻을 풀이한 것을 봐도 그렇고 보기월을 봐도 우리가 흔히 쓰는 '최고(最高)', '최상(最上)', '톱(top)', '베스트(best)'를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 가운데 뛰어난 사람을 나타낼 때 쓰는 '군계일학(群鷄一鶴)', '백미(白眉)'와 같은 말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쓰면 좋을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말 가운데 머드러기는 토박이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토박이말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는 몰라서 못 썼더라도 이제 이런 말을 알았으니 가장 좋은 몬, 사람이라는 뜻을 나타내야 할 때 '머드러기'를 떠올려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온겨울달 열사흘 한날(2021년 12월 13일 월요일) 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머드러기 #최고 #최상 #베스트 #군계일학 #백미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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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살리기]1-96 맵자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맵자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모양이 제격에 어울려서 맞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옷차림이 맵자하다.

구름 같은 머리 쪽엔 백옥 죽절이 맵자하게 가로 꽂혔다.(박종화, 다정불심)

 

고려대한국어대서전에는 '(차림새나 모양새가) 꼭 맞게 어울려 맵시가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네가 그 옷을 입으니 맵자하게 잘 맞는구나.

 

두 곳의 풀이를 보니 '맵자하다'의 '맵'과 풀이에 나온 '맵시'의 뜻인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가 이어져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풀이가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이 바뀌면 그에 따라 옷도 바꿔 입게 됩니다. 요즘에는 날씨가 추워져서 다들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지요. 두터워 따뜻해 보이긴 하지만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고, 따뜻해 보이면서 맵시 있게 잘 맞춰 입었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마다 몸에 맞으면서 위 아래 옷이 잘 어울리게 입은 사람을 보면 '맵자하다'를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둘레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시고 오늘은 누구 옷차림이 맵자한지 생각해 보는 겨를도 가져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온겨울달 열흘 닷날(2021년 12월 10일 금요일) 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맵자하다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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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서 길을 찾다]23-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오늘 들려 드릴 노래는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입니다. 이 노래는 4316해(1983년)에 나왔으며 김승현 님의 노랫말에 김승덕 님이 가락을 붙여 남궁옥분 님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으며 남궁옥분 님의 고운 목소리와 어우러져 오래된 노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노래입니다. 노랫말이  '한없는', '환상', '시절'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는데 무엇보다  '벗', '그리움', '땅거미', '노을'과 같은 토박이말이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한없는'은 '끝없는'으로, '환상'은 '생각'으로, '시절'은 '때로' 바꿔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흘러 가는 하얀 구름을 벗 삼아 끝없는 그리움을 지우겠다는 말과 마음 깊은 곳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피우겠다는 말이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땅거미 짙어가는 저녁 노을에 떠오르는 님 생각을 잊고 님이 떠난 외롭고도 서러운 길에 내 몸을 밝히겠다는 말도 좋았습니다.

 

무지개가 피어난다는 말이 참 예뻤고 어디선가 들리는 님의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는 것을 보니 님의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꿈길을 따라서 님 곁으로 가겠다는 말이 그리움을 잘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꽤 긴 노랫말이 되풀이 되지만 지겨운 느낌이 들지 않는 그런 노래입니다. 아래에 노랫말과 함께 노래를 이어 놓을 테니 보고 들으시면서 저마다의 울림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온겨울달 아흐레 낫날(2021년 12월 9일 목요일) 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노래 #나의사랑그대곁으로 #남궁옥분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흘러가는 하얀 구름 벗을 삼아서 한없는 그리움을 지우 오리다

나의 마음 깊은 곳에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 피우오리다

땅거미 짙어가는 저녁 노을에 떠오는 그대 환상 잊으오리다

내님 떠난 외로운 길 서러운 길에 이내 몸 불 밝히리다

하늘가에 피어나는 무지개 따라 지나버린 그 시절 돌아가고파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대 목소리 살며시 손짓하며 나를 부르네

나의 마음 꿈길 따라 찾아 가리라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되풀이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https://youtu.be/YSRw10sTA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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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살리기]-살얼음 살얼음길

 

지난 이렛날(7일)이 눈이 많이 내린다는 한눈(대설)이었습니다만 제가 있는 곳에서는 눈은커녕 한낮에는 봄 날씨라고 해도 될 만큼 포근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높은 고장에는 올해에도 몇 차례 눈이 내렸다고 하지요. 날씨가 추운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듣는 기별이 있습니다. 지난 이레에도 다른 고장에서 이것 때문에 수레가 부서지고 사람도 다쳤다는 기별을 봤습니다. 그 기별 속에 나온 말은 다름 아닌 ‘블랙 아이스’였습니다.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보고 듣기 때문에 수레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낯익은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블랙 아이스’라는 말이 우리말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 말은 ‘검다’는 뜻의 영어 ‘black’에 ‘얼음’이라는 뜻의 ‘ice’를 더한 말입니다. 이 말을 우리말로 곧바로 뒤쳐 직역하면 ‘검은 얼음’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블랙 아이스’를 ‘검은 얼음’으로 뒤쳐 쓰자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말하면 좋다고 할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말과 비슷한 토박이말이 있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좀 해 보자는 것입니다.

 

‘블랙 아이스’를 흔히 ‘겨울철 비가 온 뒤 빗물이나 녹은 눈이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길 위에 얇게 얼어붙은 현상’이라고 풀이하곤 합니다. 한마디로 ‘얇게 살짝 언 얼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얇게 살짝 언 얼음’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바로 ‘살얼음’입니다. 말집 사전에도 2014년 5월 7일 열린 국립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 회의에서 ‘블랙 아이스’를 ‘노면살얼음’ 또는 ‘살얼음’으로 다듬었다는 풀이가 나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제까지 모르고 있을까요? 저는 신문, 방송에서 이 말을 써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씀을 드려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블랙 아이스’라는 말이 익어서 어렵게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살얼음’과 ‘블랙 아이스’라는 말이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도 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살얼음길’을 썼으면 합니다. 길 위에 살얼음이 얼어 있으니 말입니다. 알고 있던 말을 바탕으로 새로운 말을 만드는 일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오늘날 우리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이렇게 들온말을 그대로 쓰는 때가 많고 새로운 말을 만드는 데 힘을 쓰지 않다 보니 우리 토박이말이 갈수록 더 설 자리를 잃고 우리 삶과 멀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범칙금을 매기고 그런 사람들을 좋지 않게 보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서 갈수록 교통법규를 어기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처럼 우리말이 있는데도 우리말을 쓰지 않는 사람들을 좋지 않게 보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훨씬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우며 널리 알려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알고 쓰게 되면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질 날도 언젠가는 올 거라 믿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함께 힘과 슬기를 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온겨울달 여드레 삿날(2021년 12월 8일 수요일) 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블랙아이스 #살얼음 #살얼음길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이 글은 경남일보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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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살리기]1-95 매시근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매시근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몸살이 나서 온몸이 매시근했다.

의사는 달가닥달가닥 소리를 내며 이것저것 여러 가지 쇠 꼬치를 그의 입에 넣었다 꺼냈다 하였다. 철호는 매시근하게 잠이 왔다.(이범선, 오발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몸에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니 밑에 것이 좀 더 뜻을 알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운'이라는 말이 '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매시근하다: 몸에 힘이 없고 나른하다

 

우리가 살다보면 이렇게 몸에 힘이 없고 나른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낮밥을 먹고 바로 앉아서 일을 할 때도 그럴 수가 있지요. 또 일을 많이 하고 난 뒤에도 이러기 쉽습니다. 위에 있는 보기월에도 나온 것처럼 몸살이 나거나 고뿔에 걸렸을 때도 이런 느낌이 들곤합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를 미리 막으려고 주사를 맞고 나서 이렇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 싶습니다. 그럴 때 '매시근하다'는 말을 알고 있었더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썼을 것입니다.  둘레 사람들이 많이 쓰는 '무기력하다'가 '힘이 없다'는 뜻이니 '매시근하다'와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무기력하다'는 말을 써야 할 때 '매시근하다'를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온겨울달 이레 두날(2021년 12월 7일 화요일) 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매시근하다 #무기력하다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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