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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그물 한말글 모임
[토박이말 되새김]들겨울달 한 이레 날이 참 빠르게 간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둘레에 많습니다. 쉬는 이레끝(주말)은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고 하지요. 겨울을 얼른 오라 부르는 듯한 비가 촉촉하게 내렸습니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비를 맞고 떨어진 나뭇잎이 빗방울 셈만큼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그 빛깔도 더욱 짙어 보입니다. 밤에 집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낮에 배곳(학교)에서도 좀 더 따뜻했으면 하는 마음이 자꾸 일어날 만큼 날씨도 재빨리 바뀌고 있습니다. 일을 하나 끝내고 나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제 곁에 와 있는 것도 놀랍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맡은 일이 새끼를 친 일 두 가지를 어제 다 해 놓고 다가오는 갈배움 큰잔치(교육 박람회) 일을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둘레 분들의..
[토박이말 맛보기]우듬지/(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우듬지[뜻]나무의 꼭대기 줄기[보기월]그리고 나뭇잎이 우듬지부터 떨어지는 것을 보며 제 손발이 갈라지는 까닭을 어림해 보았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이어지는 요즘 저를 보면 참 많이 놀랍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합니다. 어제와 그제 이틀 제가 열한 해를 살았던 창원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못 한 일을 하러 갔었지요. 이것저것 따지면 제가 아니라도 누군가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 않던 일을 처음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슴 떨리는 일일 것입니다. 저도 처음 하는 일이라 마음이 많이 쓰였지만 제가 살던 곳이라 낯이 익은 분들이 많아서 마음 놓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때새(시간)에 다 하..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0- 셈본, 해, 달, 날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2해(1949년) 만든 ‘셈본 5-1’의 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책의 겉쪽에 있는 ‘셈본’이란 말이 아주 낯설게 느껴지실 겁니다. ‘셈본’ 뒤에는 ‘산수’라고 했고 요즘은 ‘수학’이라는 말을 쓰니 말모이(사전)에서도 ‘초등학교 교과인 산수의 이전 말’로 풀이를 해 놓고 있습니다. 우리말의 짜임새를 다룬 것을 ‘말본’이라고 한 것과 비슷하게 셈을 다룬다고 ‘셈본’이라고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배움책 이름이 이런 것처럼 알맹이도 요즘 배움책과 다른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먼저 ‘나이’를 배우는 배움마당(단원)인데 해를 세는 잣대가 오늘과 다릅니다. 보시다시피 ..
[토박이말 맛보기] 우두덩/(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두덩[뜻] 단단한 몬(문건)이 무너져 떨어지며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보기월] 그 많은 책들이 우두덩 떨어졌으면 아랫집이 많이 놀랐을 것입니다. 밝날(일요일) 낮까지 할 일을 제쳐두고 쉬다가 밤이 되고 난 뒤부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셈틀 앞에 앉게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날이 바뀌고 난 뒤에 잠자리에 들지만 좀 뒤척이다 일어나면 아침에 몸이 개운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은 무슨 일인지 몸이 한결 가벼운 느낌에 잠도 일찍 깼습니다. 일어나려고 맞춰 놓은 때알이(시계)가 울기 앞에 눈이 떠진 까닭은 알 수 없었지만 여느 한날(월요일)과 달라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배곳으로..
[토박이말 맛보기]우덜거지/(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우덜거지[뜻]허술하게나마 위를 가리게 되어 있는 것[보기월]네 기둥에 우덜거지만 있었는데도 그늘 아래 한나절 일을 하기에 넉넉해 보였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 저녁 빗방울 김수업 스승님 기림모임에 다녀왔습니다. 한뉘 사시면서 우리말과 글을 나아지게 하셨기에 돌아가신 뒤에 나라에서 훈장을 준 것을 함께 기뻐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모임의 많은 사람들이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제가 스승님께 드리는 글을 올리게 되어 더욱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스승님께서 사시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셨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셨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무겁고 조용한 느낌이었지만 뒤에 놀이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