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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와 아랑곳한 토박이말]나들잇벌

 

지난 엿날(토요일) 많은 비와 함께 바람까지 불어서 벚꽃이 다 떨어질 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잘 견뎌 준 꽃을 보러 나들이를 하신 분들이 많았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올해도 꽃구경을 참아 달라는 글을 보았습니다만 달리는 수레 안에서 하는 구경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옮김앓이(전염병)만 아니라면 그야말로 사람물결로 넘쳤을 벚꽃 길을 생각하며 ‘나들이’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나들이와 아랑곳한 말 가운데 ‘나들잇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나들이를 갈 때 입는 옷과 신발을 싸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여느 해 같았으면 나들이를 가려고 마음을 먹으면 입고 갈 옷이나 신을 신을 새로 장만하고 그랬을 테지요. 하지만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도 그런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나들잇벌’은 ‘나들이+벌’의 짜임이고 ‘나들이’는 ‘나다’의 ‘나’와 ‘들다’의 ‘들’에 이름씨(명사)를 만드는 ‘이’를 더해 만든 말입니다. ‘나들목’도 ‘나들’+‘목’으로 ‘나다’와 ‘들다’와 이어지는 말이랍니다. 그리고 ‘벌’은 ‘옷을 세는 하나치(단위)’입니다. 이런 짜임을 알고 나면 이 말과 이어지는 토박이말을 몇 가지 더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들잇벌’과 비슷한 뜻으로 쓰는 말 가운데 ‘난벌’이 있거든요. 이 말도 말집(사전)에 ‘나들이할 때 입는 옷이나 신는 신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나다’의 ‘나’에 ‘ㄴ’과 ‘벌’을 더한 짜임입니다.

 

이 ‘난벌’과 맞서는(반대되는) 말은 ‘든벌’인데 ‘집 안에서만 입는 옷이나 신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든’이 ‘들다’의 ‘들’이 바뀐 거라는 것은 쉽게 어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옷을 싸잡아 ‘난든벌’이라고도 하는데 말집(사전)에는 ‘외출할 때 입는 옷과 집 안에서 입는 옷’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말집(사전) 풀이에도 나오듯이 ‘외출’이라는 말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외출복’이라는 말을 쓰고, 집 안에서만 입는 옷을 ‘실내복’이라 합니다. ‘외출복’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난벌’을 알고 ‘실내복’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든벌’이라는 말을 알고 있으면 느낌이 다른 말과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어른들은 지난 날 이런 말을 듣거나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배운 적도 없기 때문에 쓸 수가 없었던 게 참일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른이 될 오늘의 아이들한테는 이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나들잇벌’, ‘난벌’, ‘든벌’, ‘난든벌’을 말과 글에 마음껏 쓰며 사는 게 바람직한 말글살이라고 여기게 해 주고 싶습니다.

 

4354해 온봄달 서른날 두날(2021년 3월 30일) 바람 바람

 

* 이 글은 경남일보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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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이: 토박이말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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