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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오는 2월 3일은 스물넷 철마디(절기) 가운데 꽃등으로 드는 철마디로(절기), 이른바 봄이 비롯한다는 ‘입춘(立春)’입니다. 오늘은 이 ‘입춘’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저희 모임에서 쓰는 달자취(달력)에는 ‘입춘’을 ‘들봄(입춘)’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그걸 보신 분들 가운데 ‘들봄(입춘)’으로 해 놓으니까 ‘입춘’을 ‘들봄’이라고 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고 ‘들봄’도 ‘봄으로 들어간다’는 뜻인 줄 바로 알 수 있어 좋다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이 ‘들봄’이 들어 있는 달이기 때문에 저희 모임에서는 2월을 ‘들봄달’이라고 한답니다.

 

옛날부터 ‘입춘’이 되면 ‘입춘축(立春祝)’이라고 하는 글을 집 앞에 써 붙였기 때문에 다들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입춘축(立春祝)’은 다르게 ‘입춘첩(立春帖)’, ‘입춘방(立春榜)’, ‘춘방(春榜)’, ‘춘서(春書)’라고도 한답니다. 글씨를 쓸 줄 아는 사람은 손수 써서 붙이고 그렇지 않으면 남한테 써 달라고 해서 붙이기도 합니다. 아마 ‘입춘대길(立春大吉)’만 써 붙이기도 하고, ‘건양다경(建陽多慶)’을 함께 써 붙여 놓은 것을 보셨을 겁니다. 요즘도 어르신들 가운데 사는 집 문이나 일터 문에 이 말을 써 붙이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런데 둘레 사람들에게 그 뜻이 무엇인지 아는지 물었더니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한자를 잘 아는 분들한테는 좀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뜻 모를 말이 되는 셈입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을 좀 쉽게 풀이하자면 ‘봄이 되었으니 따뜻한 햇볕처럼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는 뜻입니다. 옛날부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해 오시던 일이고 뜻도 좋은 만큼 오늘날을 사는 우리가 해도 좋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읽지도 못하고 뜻도 모르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좀 쉽게 풀이한 말을 쓰는 것도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입춘’을 저희 모임에서는 ‘들봄’이라고 쓴다는 말씀을 앞서 드렸습니다. 그리고 ‘대길(大吉)’과 ‘다경(多慶)’은 여러 가지로 그 뜻을 풀이할 수 있겠지만 저는 ‘좋은 일이 가득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줄여서 한 마디로 나타내라고 한다면 ‘기쁨’이라고 하겠습니다. ‘건양(建陽)’도 다르게 풀이를 할 수 있겠지만 저는 ‘널리 퍼지는 따뜻한 봄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한마디로 줄이자면 ‘한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들봄한볕 기쁨가득’이라고 쓰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본디 뜻을 살려 한자를 그대로 쓰고 싶은 분들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을 쓰시면 될 것이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말로 쓰고 싶은 분들은 제가 말씀드린 ‘들봄한볕 기쁨가득’을 써 보시기 바랍니다. 옛것을 낡은 것으로 여기고 버리는 것보다 오늘날에 맞춰 고쳐 쓰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춘축’도 들봄 때 쓰는 글이니까 ‘들봄글’ 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들봄 때 기쁜 일이 많기를 바라고 비는 것이니 ‘들봄빎’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들봄 날에는 아래와 같은 ‘들봄글/들봄빎’을 붙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부터 그렇게 할 테니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경남일보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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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이: 토박이말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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