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슬다 견디다 입히다 그릇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115쪽부터 11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115쪽 첫째 줄에 ‘쉬 녹이 슬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쉬’는 ‘쉬이’의 준말로 ‘어렵거나 힘들지 아니하게’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슬다’는 ‘쇠붙이에 복이 생기다’는 뜻도 있고 ‘곰팡이나 곤충의 알 따위가 생기다’는 뜻도 있는 토박이말입니다.

 

넷째 줄에 ‘오래 견디는 것은’이 나오는데 여기서 ‘견디는’은 요즘 다른 책에서나 많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유지되는’을 쉽게 풀어 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섯째 줄에 있는 ‘막으려면’도 ‘방지하려면’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말입니다.

 

여덟째 줄에 ‘입히면’이라는 말이 참 반가웠습니다. 요즘 다른 책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나날살이에서도 ‘도금(鍍金)’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코팅’이라는 말까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도금’의 뜻을 ‘금속이나 비금속의 겉에 금이나 은 따위의 금속을 얇게 입히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면 여기서 보는 것과 같이 ‘금을 입힌다’ ‘사기를 입힌다’처럼 하면 되는데 그런 쉬운 말을 쓰지 않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홉째 줄에 있는 ‘그릇’도 우리가 나날살이에서도 잘 쓰고 잘 아는 말이지만 배움책에서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요즘 둘레(환경) 살리기, 지키기를 하자는 널알리기(캠페인)에서 ‘용기(用器)’라는 한자말을 쓰는 것이 저로서는 많이 아쉬워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지키고 살려야 할 것은 둘레(환경)과 함께 우리 토박이말도 있다는 것을 다 같이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둘레(환경)을 살리자고 하면서 만들어 쓰는 말이 우리말을 더럽히거나 어지럽히는 일이 되지 않도록 함께 마음을 써 주면 고맙겠습니다.

 

115쪽 마지막 줄에 있는 ‘고맙지 않은’도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흔히 우리에게 좋지 않다는 뜻을 담을 때 ‘해로운’ 또는 ‘유해한’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입니다. 이런 낯설게 나타내기를 말꽃(문학)이 아닌 배움책에서 만나서 더 그랬지 싶습니다.

 

116쪽 첫째 줄의 ‘썩는’도 ‘부패(腐敗)하는’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여섯째 줄부터 일곱째 줄에 걸쳐 나온 ‘넣어 두는’도 ‘보관(保管)하는’이라고 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열셋째 줄에 나오는 ‘소금에 절여’도 어려운 말을 쓰고자 했다면 ‘염장(鹽藏)해’라고 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좋았지요. 밑에서 둘째 줄에 있는 ‘못쓰게 되는’도 쉬운 말이라서 참 좋았습니다.

 

이렇게 옛날 배움책에서 쓴 낱말과 월(단어와 문장)에서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자말이나 다른 나라말로 배우고 익힌 어른들은 오히려 이런 말이 낯설어서 더 어렵게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선 자리나 눈높이를 아이들에게 맞춘다면 좀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쉽게 배우고 익히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서 우리와는 다른 삶 아니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자는 말씀을 거듭 드립니다.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 주셔야 그런 날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4354해 온겨울달 열닷새 삿날(2021년 12월 15일 수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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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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