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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살리기]1-62 된물 본문
[토박이말 살리기]1-62 된물
어제는 아침부터 구름이 해를 가려 주어서 더위가 좀 덜했습니다. 하지만 한낮이 지나서는 바람이 불어도 시원한 바람이 아니었답니다. 소나기가 오는 곳도 있을 거라고 했지만 제가 있는 곳에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지요. 배때끝(학기말) 일거리가 하나씩 줄어 드는 것을 보니 여름 말미가 되어 가는가 봅니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된물'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빨래나 설거지를 하여 더럽혀진 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은 안 보입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빨래나 설거지 따위를 해서 더러워진 물'이라고 풀이를 하고 "이 물은 된물이나 쓰지 말고 버리도록 해라."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견주어 보니 저는 뒤의 풀이가 더 마음에 듭니다. 왜냐하면 빨래나 설거지 말고도 다른 무엇에 물을 쓰고 나면 더러워지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쓰기 때문에 자주 보셨을 수 있는 말이자 길을 가다보면 길바닥에 동그란 쇠에 적혀 있는 '오수(汚水)'라는 한자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수'를 표준국어대사전에 '무엇을 씻거나 빨거나 하여 더러워진 물'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설거지나 빨래 따위를 하고 난 뒤에 남는 더러워진 물'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저는 이 풀이를 보고 '된물'도 아래와 같이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된물: 무엇을 씻거나 빨거나 한 뒤에 남는 더러워진 물.≒구정물
보시다시피 다르지 않은 말이지만 이 말과 '구정물'이 비슷한말이라고 밝혀 놓았을 뿐 '된물'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러니 토박이말 '된물'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길을 걷다가 비슷하게 생긴 둥근 쇠 위에 '우수'라는 말도 보셨을 텐데 이 말도 '빗물'이라는 쉬운 토박이말을 쓰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우수'라는 말을 굳이 쓰는지 물어 보고 싶습니다.
이제부터 '오수'라는 말을 보시거든 '구정물'과 '된물'을 함께 떠올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느 말이 더 어울리는 말인지 생각해 보신 다음 쓰시면 맛깔스런 말글살이를 하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더위달 열엿새 닷날(2021년 7월 16일 금요일)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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