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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3 본문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3- 쪼개다 짚뭇 짚가리 곱 짜리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1해(1948년) 만든 ‘셈본 3-1’의 24쪽, 25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4쪽 첫째 줄에 ‘쪼개다’가 나옵니다. 이 말은 말모이 사전에 찾으면 ‘둘 이상으로 나누다’는 뜻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 가운데 “사과를 자르다 손목이 삐었다.”처럼 쓰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저는 우리가 ‘쪼개다’와 ‘자르다’를 가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두 낱말이 어떻게 다른지 똑똑히 풀이를 해 놓은 것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은 바에 따라 생각해 보면 이렇게 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르다’는 칼, 톱, 가위 따위를 가지고 가로로 나눌 때 많이 쓰고 ‘쪼개다’는 칼이나 도끼 따위로 세로로 나눌 때 많이 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옛배움책에서 ‘무를 반씩에 쪼개었다’는 것은 가로로 두 토막 낸 것 가운데 하나를 세로로 자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줄에 ‘깍두기’가 또 나옵니다. 지난 이레(주)에 쓴 글에서 ‘깍두기’를 왜 ‘깍두기’라고 했을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 말밑(어원)을 알고 싶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말밑(어원)과 아랑곳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게 틀림이 없는 것이냐고 되묻는 분이 계십니다. 말맡(어원)을 두고 “틀림없이 이래서 이런 말이 나왔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여러 모로 살펴봤을 때 이래서 이런 말이 되었을 수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보고 그럴듯하다거나 아닌 것 같다고 저마다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깍두기’의 말밑(어원)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제가 볼 때 가장 그럴 듯한 풀이를 알려드립니다. ‘깍두기’는 ‘조금 단단한 몬(물건)을 대중없이 자꾸 썰다’는 뜻을 가진 ‘깍둑대다’ 또는 ‘깍둑거리다’의 말뿌리(어근) ‘깍둑’에 이름씨(명사)를 만드는 뒷가지(접미사) ‘이’를 더한 ‘깍둑+이’라는 풀이입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도 그럴듯한 풀이인지 궁금합니다.
여덟째 줄에 ‘짚뭇’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볏짚을 묶은 단’을 가리키는 ‘짚단’과 같은 말입니다. ‘짚단’과 ‘짚뭇’은 둘 다 대중말(표준말)입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과 같이 옛배움책에서는 ‘짚뭇’을 썼습니다. 요즘은 ‘짚단’을 더 많이 써서 그런지 만나기 어려운 말이 되었습니다.
밑에서 둘째 줄에 나오는 ‘짚가리’는 ‘짚뭇을 쌓아 올린 더미’를 뜻하는 말입니다. 저처럼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면 본 적도 없는 낯선 말일 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네 삶과 멀어서 요즘 배움책에는 나올 수가 없는 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짚’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몬(물건)을 쌓아 올린 더미’라는 뜻의 ‘-가리’는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줄에 나온 ‘곱’과 25쪽 여덟째 줄에 나오는 ‘짜리’는 앞서 보여 드린 말이지만 저는 다시 봐도 반갑고 좋습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도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52해 온봄달 엿새 삿날 (2019년 3월 6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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