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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바라기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3

토박이말바라기 2019. 3. 6. 11:10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3- 쪼개다 짚뭇 짚가리 곱 짜리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1(1948만든 셈본 3-1’의 24, 25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4쪽 첫째 줄에 쪼개다가 나옵니다이 말은 말모이 사전에 찾으면 둘 이상으로 나누다는 뜻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요즘 사람들 가운데 사과를 자르다 손목이 삐었다.”처럼 쓰기도 합니다이런 것을 볼 때마다 저는 우리가 쪼개다와 자르다를 가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두 낱말이 어떻게 다른지 똑똑히 풀이를 해 놓은 것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하지만 제가 겪은 바에 따라 생각해 보면 이렇게 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르다는 칼가위 따위를 가지고 가로로 나눌 때 많이 쓰고 쪼개다는 칼이나 도끼 따위로 세로로 나눌 때 많이 씁니다이렇게 생각하면 옛배움책에서 무를 반씩에 쪼개었다는 것은 가로로 두 토막 낸 것 가운데 하나를 세로로 자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줄에 깍두기가 또 나옵니다지난 이레()에 쓴 글에서 깍두기를 왜 깍두기라고 했을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 말밑(어원)을 알고 싶다는 분이 계셨습니다말밑(어원)과 아랑곳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게 틀림이 없는 것이냐고 되묻는 분이 계십니다말맡(어원)을 두고 틀림없이 이래서 이런 말이 나왔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다만 여러 모로 살펴봤을 때 이래서 이런 말이 되었을 수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보고 그럴듯하다거나 아닌 것 같다고 저마다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깍두기의 말밑(어원)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제가 볼 때 가장 그럴 듯한 풀이를 알려드립니다. ‘깍두기는 조금 단단한 몬(물건)을 대중없이 자꾸 썰다는 뜻을 가진 깍둑대다’ 또는 깍둑거리다의 말뿌리(어근) ‘깍둑에 이름씨(명사)를 만드는 뒷가지(접미사) ‘를 더한 깍둑+라는 풀이입니다여러분이 보시기에도 그럴듯한 풀이인지 궁금합니다.

 

여덟째 줄에 짚뭇이라는 말이 나옵니다이 말은 볏짚을 묶은 단을 가리키는 짚단과 같은 말입니다. ‘짚단과 짚뭇은 둘 다 대중말(표준말)입니다그런데 보시는 것과 같이 옛배움책에서는 짚뭇을 썼습니다요즘은 짚단을 더 많이 써서 그런지 만나기 어려운 말이 되었습니다.

 

밑에서 둘째 줄에 나오는 짚가리는 짚뭇을 쌓아 올린 더미를 뜻하는 말입니다저처럼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면 본 적도 없는 낯선 말일 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네 삶과 멀어서 요즘 배움책에는 나올 수가 없는 말이 되었습니다하지만 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몬(물건)을 쌓아 올린 더미라는 뜻의 ‘-가리는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줄에 나온 과 25쪽 여덟째 줄에 나오는 짜리는 앞서 보여 드린 말이지만 저는 다시 봐도 반갑고 좋습니다요즘 배움책에서도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52해 온봄달 엿새 삿날 (2019년 3월 6일 수요일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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